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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망의 샘

100% 유기농 재료로

  • 작성자: 정태호
  • 작성일: 09-06-14 22:46
  • 조회: 1,18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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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있는 '문턱 없는 밥집'ⓒ뉴스앤조이 정효임

 

"손님은 식사 후에 형편껏 돈을 내시면 됩니다. 돈 낼 형편이 안 되면 안 내시면 되고요. 식사 후 건강이 회복되고 생명을 살리면 이게 가장 값진 거죠."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있는 '문턱 없는 밥집'의 점식 가격이다. 이곳 점식 식사 가격은 '형편껏'이다. 음식점이 모여 있는 소위 먹자골목에 있지도 않고, 주변에 회사가 많지도 않다. 동네 대로변에 있다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목'이 좋은 곳에 있지 않은데 점식 가격을 손님의 '형편껏' 받고 있다.



 
 
 
 ▲ '문턱 없는 밥집'의 점심시간. ⓒ뉴스앤조이 정효임 

그렇다고 음식 재료가 형편없는 것도 아니다. 이곳은 일반 재료보다 값이 많이 나간다는 유기농을 100% 사용한다. 양념도 화학조미료가 아닌 천연조미료를 사용한다. 맛이 좋아 따로 광고 하지 않았는데도 입소문이 나서 매스컴에서 소개할 정도다. 그럼 무엇 때문에 이 음식점은 '형편껏' 점심 가격을 고집하고 있을까. 이유는 하나다. 음식점 이름대로 '문턱 없는 밥집'이기 때문이다. 매니저 심재훈 씨는 어떠한 문턱도 없는 세상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형편껏' 점심 값을 받는다고 했다.


"이 곳은 사회의 문턱, 돈의 문턱, 사람의 문턱, 즉 신분이나 국경이 없는 열려 있는 식당입니다."


심 씨는 유기농 재료를 사용하는 이유 역시 사회를 살리기 위해서란다.


"저희는 재료가 다 유기농입니다. 이유는 흙을 살려야 사람이 살고 사람이 살아야 생태를 살릴 수 있기 때문이죠. 그래야 사회가 살지요."


'문턱 없는 밥집'은 2007년 5월 재단법인 민족의학연구원(이사장 윤구병)이 만든 곳으로 사회적 기업이다. 사회적 기업은 비영리조직과 영리기업의 중간 형태로,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면서 영업 활동을 수행하는 기업이다.


민족의학연구원의 '질병은 치료보다 예방이 중요하다'는 본령과 같이 이로운 음식물을 섭취해 건강을 유지하자는 취지로 음식점을 열었다. 민족의학연구원은 민족의학을 중심으로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 의학 간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한 철학자·과학자·의학자·의료인들로 구성된 단체다.



 
 
 
 

▲ '빈그릇 운동'을 실천하고 있는 '문턱 없는 밥집'. ⓒ뉴스앤조이 정효임

 
'문턱 없는 밥집'은 유기농 음식뿐만 아니라 '빈 그릇 운동'을 펼치고 있다.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고 환경을 살리자는 것이다. 점심 식사는 접시에 비빔밥 전용 그릇을 올리고, 음식은 본인이 먹을 수 있을 만큼 담으면 된다. 물론 부족하다 싶으면 더 가져다 먹을 수 있다. 그리고 식사 후에는 숭늉과 무를 그릇에 담아서 남은 음식이 없도록 깨끗이 헹구면 된다.

이곳을 찾는 손님들의 표현에 의하면 이 곳 음식 맛은 '환상'이다. 직장인 김 씨는 '문턱 없는 밥집'에서 먹는 밥을 절밥 먹는 기분이라고 했다. "절에서 밥 먹으면 정말 맛있잖아요. 그 맛이에요. 그리고 식사가 끝난 후 깨끗이 그릇을 헹굴 때는 꼭 도를 닦는 기분이죠(웃음)"


매니저 심재훈 씨는 저녁 메뉴도 반응이 좋다고 했다. 그나마 저녁 메뉴는 정가를 받고 있지만 그래도 재료비에 비하면 저렴하다. 저녁 메뉴는 주로 인근 회사의 회식이나, 가족 단위로 많이 찾는다고 한다. 하지만 이 역시 맛이 소문나서 예약은 필수라고 한다. 심 씨에게 가장 잘 나가는 저녁 메뉴를 묻자 그는 "다 맛있어요. 한번 와서 드셔보세요"라고 답했다.


밥집 바로 옆에는 착한 소비를 지향하고 있는 '기분 좋은 가게'가 있다. 이 역시 민족의학연구원이 함께 운영하고 있는 곳이다. 점심을 한 후 시간이 남는 손님은 이곳에 들려 차를 마시고 공정무역으로 들여온 제품과 재활용 의류, 소품 등을 구경하기도 한다. 또한 지역주민들이 모여 이곳에서 리폼을 직접 배우기도 한다. 즉 여기서 만큼은 버려지는 게 없다. 재활용할 수 있는 건 하고, 살릴 수 있는 건 살리는 것이다.



 
 
 
 

▲ 바로 옆에 위치한 '기분 좋은 가게'ⓒ뉴스앤조이 정효임

 

심 씨는 "인간·자연·역사 등 모든 게 선한 방향으로 가야하지 않을까요"라며 생각을 꺼냈다. 모든 게 얽히거나 왜곡되거나 고통스럽지 않은 곳으로 가야한다는 것이다. 심 씨는 "사회에는 만드는 재료가 고갈되고 있는데 반대로 돈으로 모든 걸 다 만들고 있어요. 생명에 이로운 것만 만들어야죠. 예를 들어 비료 농약 안 만들어도 되잖아요?"라며 앞으로 문턱 없는 세상을 위한 운동을 계속해서 펼쳐나갈 것이라고 했다. 방법 중 하나로 생산자와 도시민이 직거래하면서 신뢰 관계를 만들고 연대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것이 '문턱 없는 밥집'이 지향하는 바다. 이 방법만이 생명도 살리고 사회도 건강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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