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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똥

  • 작성자: 정태호
  • 작성일: 09-11-19 19:38
  • 조회: 836회

본문


어머니가 똥을 싸셨다.


 


안해가 붓글씨 서당에서 학우들과 점심식사를 한다는 전화를 받고


집으로 올라가니 막 화장실로 가시는 어머니.


 


바짓단이 축축허니 몸베바지 밑단에 똥이 한 짐이시다.


 


순간 당혹스러워 현관에서 주춤히 서서 바라보니


당신도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인지 변기뚜껑도 못 내리시고


주저물러 앉으시니 엉덩이가 변기에 빠지실 지경이다.


 


달려가 일으켜드리며 보니 소곳쟁이 지폐만 챙기신다.


 


옷을 벗겨드리려니 자식인데도 불구하고 


부끄러우신지 자꾸 손으로 잡아 추기신다.


 


순간 나도 벗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넥타이를 풀고 셔츠를 벗었는데도 허락치 않으신다.


어머니를 벗겨드리려면 나도 벗어야할 상황이다.


 


망설일 경황도 없이 엄니 앞에서 훌훌 벗어버렸다.


바지를 벗고 팬티바람이 돼서야 비로소 허락을 하신다.


 


바지를 벗겨서 속옷과 둘둘말아 구석에 놓여있는


대야에 담궈놓고 편히 용변을 보시도록 기다렸다.


 


한숨만 쉬시는 어머니.


나도 따라 함숨만 나온다.


 


안해에게서 전화가 온다.


모르는척 편하게 식사 맛나게 하고 오라고 하고나니


변기에서 가까스로 일어나시며 욕조로 들어가셔서 앉으신다.


 


비쩍 마르시고 여윈 어머니의 몸.


쭈그렁한 젖가슴.


  


욕탕안 수증기 때문인지 갑자기 눈앞이 뿌여진다.


이마에서인지 물방울이 콧등을 타고 흘러내린다.


 


"미안해 허덜 마셔유."


"내가 죽어야 하는데.."


  


목욕탕 뒷정리까지 마치니 한시간이 훌쩍 넘어갔다.


침대에 널부러져 누웠는데 안해가 돌아왔다.


 


"여보 미안해요."


"아무일도 아녀."


 



내가 출근하고나면 이 모든 일들이 안해가 치뤄냈을터.


오히려 안해에게 고맙고 미안하다.



 


나는 기껏 어머니 똥 한번 치워드렸음에


당신은 내 똥기저귀를 삼백예순날 삼백예순번은


코로 킁,킁, 맡아가시며 건강하게 자라달라고


웃으면서 닦아주셨을터.


 



어머니,


애비가 좀 전에 코를 찡그려서 미안쿠먼유?


엄니 똥 하낫뚜 안쿠려유.


 


글구 지숭혀유. 


 



기차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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