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엷은 올리브 잎사귀 하나 물고 오지요

  • 작성자: 김철준
  • 작성일: 13-03-08 12:22
  • 조회: 1,088회

본문

엷은 올리브 잎사귀 하나 물고 오지요

한 낮 동안은
날개 잃은 까마귀처럼
알 수 없는 떨림으로 진저리치다가
살이며 근육이며
고체가 되어가는 과정이지만
한 밤 동안은
유체를 초월하여
건물과 건물의 사잇길로
사잇길 지나 산길로
산길 너머 들길과 바닷길로
주저 없이 배회하며 떠돌다
엷은 올리브 잎사귀 하나 물고 오지요

15살 민규는 하루 종일 휠체어에 앉아서 지냅니다. 아이의 시간은 이미 오래전부터 멈추어 있는 듯, 체구는 초등학생 꼬마에 가깝습니다. 눈의 초점은 항상 흔들리고, 다리는 계속 위 아래로 흔들어 댑니다. 입가엔 끊임없이 침이 흘러내리고, 하루에 서너 차례 경기를 일으킵니다. 몸 상태가 안 좋을 때는 다섯 번 여섯 번도 경기를 일으킵니다. 경기가 일어나면 사지가 딱딱하게 굳어지면서 온 몸을 부들부들 떱니다. 몸의 떨림이 그쳐지면 딱딱해졌던 사지가 서서히 풀리는 듯 악물었던 이와 돌아갔던 고개가 다시 제자리를 찾으며 하얀 백짓장 얼굴엔 어느새 엷은 미소가 서려 있습니다.
이 아이의 장애명을 뇌병변으로 규정하지만, 장애유형을 규정짓기 위해 정한 것일뿐 의료과실로 인한 뇌손상으로 갓 돌이 지난 순간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이렇게 살고 있습니다. 아이가 보여주는 반응은 종종 우는 소리와 어린 새들이 먹이를 받아먹듯, 밥을 먹을 때 입을 벌리는 모양이 전부인 것 같습니다. 아이의 영혼이 어디에 꽁꽁 얼어붙어 있는 것일까요. 우리는 모르지만 하나님은 아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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