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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소식

  • 작성자: 오상근
  • 작성일: 18-03-19 13:52
  • 조회: 738회

본문

월요일 아침입니다
날이 잔뜩 흐리다 못해 어둡습니다 금방 비가 쏟아질 것 같은 날씨예요
저의 월요일 아침은 참 바쁩니다

현표 주간보호센터 데려다 주는 날입니다 여덟시에 장애인 콜택시 예약을 했습니다
아홉시로 예약을 하면 열시 전에는 올 것입니다

‘현표야 일어나 샤워하자’ 갈아입을 속옷과 수건을 챙겨 화장실에 갔습니다
미리 뜨거운 물을 틀어 두었더니 김이 잔뜩 서려있네요

초봄인지라 아직 화장실 안이 썰렁한데 미리 뜨거운 물을 틀어놓으면
훈훈해서 좋습니다

‘머리 좀 숙여줘’ 나보다 키가 한참이나 큰 현표가 상체를 잔뜩 구부리고
머리를 내미네요

현표 머리카락은 숱이 많고 억셉니다 한참이나 비누를 칠해야 거품이 생기고
머리카락 숨이 죽습니다

비누 묻은 머리가 자꾸 내 가슴쪽으로 다가옵니다 ‘저리 좀 가’ 하고 밀어내면
또 다가 오고 밀어내면 또 다가옵니다 ‘야!! 내 옷 다 젖잖아 그대로 있으면
되지 왜 자꾸 움직여!!’

너무나 기본적인 것이 안되니 속이 천불이 나네요 순간 주님 날 용서하소서
붙잡아 주소서 겨우 마음을 가라앉히고 샤워를 마쳤습니다

마음의 분위기는 마치 방안에 켜놓은 형광등 불빛 같습니다 스위치를 올리면
환해지고 내리면 어두워지는 것처럼요

샤워를 마치고 옷을 갈아 입혔습니다 머리를 단정하게 빗기고 로션을 팔 다리
목덜미 얼굴과 손에 발라 주었습니다

현표는 피부가 너무 건조하여 피부가 마치 거북 등처럼 딱지가 않고
갈라져 있어요 봄이 되니 좀 덜해졌네요

콜택시 예약시간이 지났습니다 어제 만들어 두었던 카레를 덥히고
김치를 새로 내어 잘게 썰어 담아 ‘현채야 오늘 아침은 간단하게 먹자’

여기 아침식사는 오전10시랍니다 보통 장애 시설의 시간이 비슷합니다 일하시는 분이
출근이 09시까지니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답니다
월요일 현표 아침은 어쩔 수없이 내가 간단히 차려서 먹입니다

나도 내방으로 가서 카레에 밥을 비벼 먹었습니다 콜택시 문자를 보니
‘9:00 예약되었습니다’ 순번은 300번입니다‘ 헐 월요일이라 그런가?
300번이라니 언제 오겠다는 거야?

장애인 이용자는 많은데 장애인 콜택시 공급은 적으니 한시간
기다리는 것은 보통입니다 그래도 요즈음은 많이 좋아진 편입니다
5~6년 전에는 한겨울 전철역에서 3시간도 기다린 적이 있었답니다

내년부터는 장애 등급제가 폐지가 된다고 합니다 최중증 장애인들이
사용하던 콜택시를 경증 장애인들까지 차별없이 이용을 하게 될 것인데
지금보다 이용이 더 어려워지면 말이 안되는데 대책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밥이 한숟가락이 남아 있는데 전화가 울렸습니다 모르는 번호입니다 ‘설마 콜택시가
벌써?‘ ’여보세요? ‘ 콜택시 였습니다 할렐루야 시간은 09시:15분
‘현표야 가자’ 얼른 옷갈아 입고 대충 머리 빗고 거실로 나가니 현표도

잠바를 걸쳐 입고 나왔습니다 방안에 누워있던 예일이가 ‘모모모목사님 나 안일어나요?’
보통은 10시에 일어나는데 월요일은 현표를 데려다 주고 오면 11시가 넘는지라
9시30분에 일어나야 합니다 그런데 그전에 와버렸으니 그냥 가야 하겠습니다
‘예일아 오늘은 갔다 와서 일어나자 차가 빨리 와버려서 미안! ‘


내가 먼저 현관문 앞에 나가 기다렸습니다 한참을
나오지 않길래 들여다 봤더니 신발 뒤끝이 안들어가 낑낑대고 있네요

가만히 기다렸습니다 손가락을 집어넣고 애를 쓰고 있다 빨리 나가야 하는데...
오늘 콜택시 기사님은 여성분입니다 이런저런 얘기를 조근 조근 해 주십니다

왠지 마음이 편합니다 샤워를 직접 해주는지, 밥을 직접 먹이시는지 자꾸 묻네요
못하는 건 해주고 할 수있는건 하게 맡깁니다 하고 대답을 해 드렸습니다

현표를 데려다 주고 올 때는 전철을 탔습니다 나온 김에 휭 하고 바람이라도
쐬러 가고 싶네요 조금만 더 가면 월미도 앞바다가 있고 자유공원도 있고 차이나타운도
있습니다 하지만 집에 누워있는 예일이 때문에 빨리 가야 합니다

세월이 정말 빠릅니다 긴긴 겨울이 마냥 계속 될 것 같았는데 벌써 꽃이 피는 봄이예요
메마른 잔디밭에 벌써 푸룬 풀들이 올라왔어요 다음 주중으로는 목련이나 벚꽃이 피고
산에는 진달래가 필 것 같애요

우리 가족들이나 샘터가족 여러분들도 즐거운 봄날이 되기를 바랍니다 꾸벅
선생님들 가정에도 건강과 행복이 꽃소식과 더불어 깃들이기를 바래봅니다 안녕히~

소망의샘터님의 댓글

소망의샘터

원장님 식사를 많이 하셔야 해요.
현채뿐만 아니라 재일이도 힘이 아주 장사일 텐데요…….^^
5월에 인천대공원이라도 갈까요?
연락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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